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누군가 애정을 가질 때,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되는 것들이 있다.
영화는 안개낀 바다 위의 외딴집에서 시작한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성현'은 목판 위에 바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인 '일 마레'를 목판에 새긴다.
그 집의 우편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시월애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과 사랑에 관한 영화다.
은주는 우편함에 편지를 넣어
성현과 대화하게 된다.
둘 사이에는 2년 이라는 시간이 존재했고
몇 번의 편지 끝에 이 놀라운 사실을 받아들인다.
과거에 사는 남자와 미래에 사는 여자,
가족사로 고통받는 남자와 옛 애인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자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알아가고 위로해주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에 시작과 끝이 있다면
이 영화는 시작에 해당하는 영화일 것이다.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드라마가 마라톤이라면 영화는 스프린터다.
영화는 초반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관객의 흥미를 끄는 소재가 필요하다.
두 주인공 사이의 시간적 간극과, 그 둘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는
우편함은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관객의(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각적 색채와 ost로 나오는 잔잔하고 슬픈 피아노 선율과 보컬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성현'과 '은주'의 배역을 맡은 이정재와 전지현의 연기도 몰입을 깨지 않을 정도로 좋다.
물론 현재의 두 배우의 연기력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상황을 함께 고려하여 내려져야 하기 때문에,
이제 막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던 배우들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연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흔히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실망한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에 다시 본 시월애는 최근의 멜로 영화들과 비교하여 떨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해도 그 시대의 감성,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매력적인 영화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멜로 영화 팬으로서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추천할 수 있는 영화였다.
p.s. 지금의 전지현을 만드는데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 전지현 영화중에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 영화 <시월애> 포스터, 제작 싸이더스 필름, 출저 네이버 영화
*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시월애에 있으며 출저는 네이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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